11
조수와 바람을 다 만난 순신은 더욱 북을 울려 싸움을 돋구었다. 오경이 될 때에는 적선 오백척 중에 삼백여 척이 혹은 타고 혹은부서졌다.
거북선은 쫓기는 적선을 따라 다닥뜨리는 대로 뒤를 찌르고 옆구리를 찔렀다.
그의 입과 필십여 개 포혈에서는 끊임 없이 탄환과 연기를 뿜었다. 이곳 물길에 익지 못한 적선은 노량에 있는 수없는 암초에 부딪쳐 상하는 것도 적지 아니하였다.
나머지 백여 척 적선이 노량진 목으로 빠져 나가려 할 때에 산 그늘로부터 난데 없는 일대의 전선이 내달아 길을 가로막았다. 이것은 순신이 미리 복병하여 두었던 것이었다.
앞을 막힌 적선은 뒤를 돌아 보았다.뒤를 따르던 조선 함대는 어디로닞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뒤를 따르던 조선함대는 어디론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들은 방향을 돌려 오던 길로 도로 향하였다.
그러나 패잔한 적선이 관음포 앞에 다다랐을 때에 섬그늘로부터 거북선을 포함한 일대의 전선이 재달았다. 싸울 기운과 뜻을 잃은 적선은 어디나 길 열린 데로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마침내 관음포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관음포란 것은 어구에서 보면 저쪽 바다로 뚫린 무길같이 보이나 기실은 뒤가 막힌 남해의 한 개굽이다. 순신은.
『 적선을 하나도 놓아 보내지 말아라!』
하는 주지로 마침내 적의 패잔 함대를 이 병속으로 몰아 넣은 것이었다.
밤은 훤하게 밝았다.
바다 위에는 깨어진 배조각, 모으로 넘어진 배, 불타다가 남은 배, 피 흐르는 시체 참담한 모양을 보였다.
진인의 함대는 넓은 곳에서 바라보고 조선 함대가 다망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지리산 꼭대기 찬 눈에 새벽 햇빛이 자줏빛으로 비추일 때에야 전멸한 것은 일본 함대요, 순신의 함대가 아닌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진인은 일변 무안하고, 일변 공을 빼앗긴 것이 분하여 곧 함대를 몰고 광음포에 왔다.
광음포는 진 인이가 이순신에게 지정한 정박지다. 만일 순신이 싸움이 끝난 뒤에도 그 정박지에 있지 아니한다 하면 인은 그것을 트집을 잡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순신의 함대는 마치 언제 싸움이 있었나 하는 듯이 제자리에 진용을 정제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것은 배 수효가 적어진 것과 배마다 피가 흐른 것이었다. 이 싸움에 순신의 함대도 육십여 척의 전선과 천여 명의 군사를 잃은 것이었다.
인은 순신을 찾아,
『적선은 다 어디 갔소?』
하고 물었다.
순신은 바다를 가리켰다. 인은 바다에 너른하게 뜬 깨어진 배, 탄 배, 시체를 보았다.
『그리고 나머지 백여 척은 이 속으로 달아났소.』
하고 관음포를 가리켰다.
인은.
『그것은 왜 놓아 보냈소?』
하고 책망하는 어조였다.
『이곳은 뒤가 막혀서 나갈 데가 없소.』
하고 순신은 어조를 바꾸어서.
『소서행장은 어찌 되었소?』
하고 물었다.
『밤 동안에 다 달아났소.』
하고 인은 면목 없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소서행장의 함대가 달아나는 것을 전송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순신을 다시 살아서 만나보리라고 생각지 하니 하였던 것이다. 의례히 순신의 함대는 이날 밤에 전멸하였으리라고 믿었던 것이었다.
『내가 나가 남은 적을 토멸하겠소.』
하고 인이 관음포로 들어 가려 하였다.
『앗으오. 궁구를 물추라 하였소. 가만 두었다가 나올 때에 잡아도 늦지 않소.』
하고 순신은 굳이 말렸으나 인은 듣지 아니하고 자기 함대를 끌고 관음포로 들어갔다. 이렇게 잘 속에 몰아 넣은 적이라도 잡아서 자기의 공을 만들자는 걱이었다. 최후의 승리는 자기에게 있다고 자랑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한번 더 말리는 순신에게.
『그러니까 조선 사람은 겁이 많단 말이야. 참견 말고 내가 적을 잡는 구경이나 하오.』
하고인은 불쾌한 듯이 소리를 질렀다.
12
순신의 만류도 물리치고 적을 따라 갈 때에는 벌써 해가 많이 올라 왔다. 갈 곳을 잃은 일본 함대는 인의 함대가 따르는 것을 보고 죽을 결심으로 육박하여.
인으리 배는 경각간에 일본 함대에게 포위를 당하고 선봉으로 섰던 칠십 노장 등자룡(登子龍)은 그부하 칠십여 명과 함께 일본군의 칼에 죽었다.
인이 위태해진 순신의 배가 오는 것을 보고 적은 인을 버리고 그 사격을 순신에게로 집중하였다. 워낙 바다가 좁아서 배가 자유로 위치를 바꿀수가 없기 때문에 마치 관혁이 쏘는 듯이 순신에게로 조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순신은 태연히 뱃머리에 서서 기를 두르며 독전하였다. 이왕 싸움을 시작한 이상에는 뒤로 물러갈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하나도 놓아 보내지 말고 적을 잡아라!』
하고 순신은 호령하였다.
더 도망하려 하여도 도망할 곳을 잃은 적은 오직 죽기까지 싸울 길 밖에 없었다 이렇게 적이 순신의 . 배를 향하여 전력을 다하는 동안에 인과 및 명 나라 배들은 위기를 면하여 슬슬 뒤로 빠져 나왔다. 그러나 명 나라 수군은 이 싸움에 전에 뒤로 빠져 나왔다. 그러나 명 나라 수군은 이 싸움에 전에 없는 대손해를 입었다.
인을 위험에서 구해 내인 순신은 마침내 움의 탄환에 가슴을 맞았다. 순신은 곁에 섰던 조카 완(莞)에게 손에 들었던 기를 주며.
『내가 죽었단 말을 말고 내 대신 싸워라!』
하고 명하고는 군사에게 붙들려 장중으로 들어 왔다. 장중에 들어와 누운 순신은 한번 둘러 눈을 떠서 곁에 모여 선 부하들을 보고.
『나를 혼자 두고 어서 나아가 싸워라. 적을 하나도 놓아 보내지 말아라.』
하고는 눈을 감았다.
탄환은 순신의 가슴을 맞혀 군복 속으로 피가 흘렀다. 순식간의 낯빛은 창백해지고 숨은 끊겼다. 완은 순신의 명대로 기를 받두르며 독전하였다.
완은순신의 손에 길린 조카요. 그 모습이 순신과 흡사하였다 그래서 적군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우리 군사도 싸움에 정신이 팔려 순시이 죽은 줄을 모르고 완이 순신인 줄만 알고 있었다.
낮이나 되어 적은 오십여 척 적선을 더 잃고 사오십척이 혈로를 얻어 달아나고 말았다. 만일 명군이 힘써 싸웠던들 하나도 남지 못하였을 것이다.
싸움이 다 끝난 뒤에 인은 순신의 배 곁으로 배를 끌고 오며.
『이 통제. 노야!』
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그는 순신이 자기를 죽을 곳에서 구원해 준 것이 감격하여 감사하러 온 것이었다.이 때에야 완이 통곡하며.
『숙부는 돌아가셨소』
하고 대답하였다. 인은 완의 말을 듣더니 교의에서 몸을 일으켜 엎드려 지기를 세 번이나 하며.
『나를 살리려다가 노야가 죽었고나!』
하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다.
완과 인의 통곡하는 소리에 비로소 조선군이나 명군이 순시의 죽음을 알고 일시에 통곡하여 해상에 곡성이 진동하였다.
인 이하 명군의 제장. 조선 제장은 주먹으로 눈물을 씻으며 순신의 시체가 누운 장중으로 들어 갔다.
순신의 낯빛은 하얗고 눈을 뜬 대로 있었다. 순신이 누운 자리에는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순신의 몸에 있던 피는 이 마지막 전장에 한 방울도 아니 남기고 다 쏟아진 모양이다.
완은 순신의 피 위에 꿇어 앉아.
『작은아버지!』
하고 통곡하며 손을 들어 순신의 눈을 감겼다. 완의 손이 내려쓸기 세 만에 순신은 자는 듯이 눈을 감았다. 순신의 유해는 고금도 본영으로 돌아 갔다가 아산 선영에 안장하였다. 수신의 상여가 지날 때에 백성들은 길을 막고 통곡하였다. 왕도 어려운 한문으로 제문을 지어 조상하고 우의정. 선무 공신 일들을 책하였다. 원균(元均)은 삼등이었고. 권율(權慄)이 이등이었다.
그러나 그까짓 것이 무엇이 그리 긴한 것이랴. 오직 그가 사랑하던 동포의 자손들이 사당을 짓고 춘추 제향을 지내었다. 그때에 적을 보면 달아나거나 적에게 항복을 지내었다. 그때에 적을 보면 달아나거나 적에게 항복한 무리들이 다 정권을 잡아 삼백년 호화로운 꿈을 꾸는 동안에 조선의산에는 나무 한 포기 없어지고 강에는 물이 마르고 백성들은 어리석고 가난해졌다.
그가 돌아 간 지 삼백 삼십 사년 사월 이일에 조선 오백년에 처음이요. 나중인 큰 사람 이순신(충무공이란 말을 나는 싫어한다. 그것은 왕과 그 밑에 썩은 무리들이 준 것이기 때문에)의 슬픈 일생을 그리는 붓을 놓는다.


